◇ 메조기공 도입을 통해 스위스 치즈 형태의 계층구조를 가지는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개발
고려대학교(총장 정진택)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최정규 교수팀의 홍성원 박사와 정양환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의 주도로 메조(meso)기공 도입을 통해 스위스 치즈 형태의 계층구조를 가지는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개발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제올라이트 분리막은 열역학적으로 분리가 어려운 xylene 이성질체 등의 혼합물 분리에 탁월한 분리능력을 지니고 있다.
◇ 산업적 수요가 높은 순수 p-xylene을 얻기 위한 이성질체를 분리하는 공정이 필요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부정할 수 없는 현 시대의 주력 에너지원 및 기초화합물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생산되는 제품(플라스틱, 비료, 의약, 포장, 섬유 등)은 일상생활 어디에나 존재하는 대표적 생활밀착형 산업이다. 비록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의 보급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에너지 시장에서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제성 등의 이유로 기존의 화석연료를 당장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며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가 일상 속의 수많은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는 없기에, 기존의 산업 설비 및 공정 운영의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미래에도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되는 국가적 필수 산업이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인 p-xylene은 polyethylene terephthalate(PET; 플라스틱병)과 polyester(PES; 의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밀화학 중간재인 terephthalic acid와 dimethyl terephthalate를 합성할 때 중요한 핵심원료로 사용된다(그림 1). 그러나 p-xylene은 이성질체인 o-xylene/m-xylene과 함께 혼합물 상태로 존재하여, 산업적 수요가 높은 순수한 p-xylene을 얻기 위해 이성질체를 분리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Xylene 이성질체의 분리는 일반적으로 혼합물을 유사 이동층 흡착분리공정(simulated moving bed; SMB) 방식을 이용하여 분리하는 PAREX 공법과 이성화 공정을 통해서 진행되거나, 증류 혹은 결정화 공정 등을 통해 진행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정들은 복잡한 과정이 수반되며,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열·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한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이용한 분리공정의 경우, 전통적인 분리공정들에 비해 에너지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기존의 매우 큰 규모에서 이뤄졌던 분리공정보다 공간적 활용도를 제공하는 등의 탄력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MFI(Zeolite Socony Mobil-five) 제올라이트 결정은 xylene 이성질체 분리에 적합한 미세기공을 지니고 있어, 연속적인 분리막으로 형성되었을 때 효과적으로 p-xylene만을 분리/정제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MFI 결정으로 구성된 연속적인 분리막은 xylene 이성질체 혼합물에서 분자크기 차이에 의한 분자체(molecular-sieve) 역할을 기반으로 선택적으로 p-xylene를 분리할 수 있다.
◇기존 제올라이트 분리막은 실제 공정에 적용하기에 큰 제약이 있어
하지만, MFI 제올라이트의 기공크기는 분리막을 투과하는 p-xylene의 크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분리막이 낮은 투과도를 갖는다. 투과도가 느린 분리막을 사용하면 처리용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공정이 필요하게 되어 경제성이 저하되고, 이러한 단점은 높은 분리능력에도 불구하고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실제 공정에 적용하기에 큰 제약이 된다. 최정규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메조기공 도입을 통한 계층구조를 가지는 분리막(즉, 미세기공/메조기공 하이브리드 구조의 차세대 제올라이트 분리막)의 제작 방법을 최초로 제시했다(그림 2). 이러한 독특한 분리막 구조를 통해 높은 투과도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공과대학의 실용적 관점으로 손쉽지만, 재현 가능성 높은 방법으로 분리막을 제작했다.
구체적으로, 제올라이트 분리막 내에 미세기공과 메조기공이 혼재되어 있을 때, 분리막을 투과하는 분자가 메조기공을 통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분리막을 통과하는 투과도가 향상된다. 따라서, 분리막의 두께는 동일하여 기계적 강도는 유지하면서도, 기체 분자가 투과하는 실질적인 거리를 줄임으로써 투과 속도를 효과적으로 증대시켰다. 또한, 미세/메조기공 하이브리드 구조의 MFI 분리막은 높은 p-xylene 투과도와 함께 고온에서 공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온 조건에서 분리공정은 분리막에 코크(coke; 탄소함유물)가 형성되어 투과 성능 저하를 일으키지만, 이번 연구에서 보고한 하이브리드 구조의 MFI 제올라이트 분리막은 큰 메조기공을 내포하고 있어 원하지 않는 코크가 형성되더라도 전체적인 분리막의 고성능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
◇ 메조기공으로 인해 실제분리막 공정에 사용하기 용이해져
즉, 이번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계층 구조의 미세기공/메조기공이 혼재된 스위스 치즈 형태의 하이브리드 MFI 제올라이트 분리막은 높은 투과도와 함께 탁월한 분리성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또한, 메조기공으로 인하여 장시간의 고온 분리공정에서도 분리성능이 떨어지지 않고 투과도의 감소가 적어, 실제 분리막 공정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최정규 고려대 교수는 "홍성원 박사와 정양환 학생의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미세/메조기공이 혼재된 구조를 지닌 독특한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세계 최초로 합성할 수 있었다. 이는 실제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활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려는 목표를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당 제올라이트 분리막 기술을 석유화학 산업 분야에 적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에너지 효율적인 공정 운영이 가능하다."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지원사업(중견연구)과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KCRC; 센터장 박상도) 그리고 선도연구센터사업(ERC 초저에너지 자동차 초저배출 사업단; 사업단장 이관영)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화학분야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 인터네셔날 에디션(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독일 현지시간 10월 7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An Extrinsic-Pore-Containing Molecular Sieve Film: A Robust, High-Throughput Membrane Filter
에너지경제 2020.10.13일자 기사